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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버네티스 유닉스 시그널

· 약 7분

오래된 주제와 새로운 무대

유닉스 시그널은 운영체제 수업 첫 단원에서 가볍게 훑고 지나가는 주제예요. 그런데 Docker, Kubernetes, systemd, PM2 같은 프로세스 오케스트레이터들이 일상이 된 지금, 이 네 개의 시그널은 오히려 운영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어요.

  • "Docker stop을 했는데 왜 10초 뒤에야 죽나요?"
  • "K8s rolling update 중 request가 잘립니다"
  • "Ctrl+C가 안 먹히는데 뭐가 잘못됐죠?"
  • "nohup으로 돌렸는데 SSH 끊기니까 죽었어요"

전부 시그널 이해와 직결된 질문입니다. 한 번 제대로 정리해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됩니다.

네 시그널 개요

시그널번호기본 동작핸들 가능대표 발생 경로
SIGINT2프로세스 종료캐치 가능터미널 Ctrl+C
SIGTERM15프로세스 종료캐치 가능kill PID, docker stop, K8s pod 종료
SIGHUP1프로세스 종료캐치 가능터미널 세션 종료, 관용적으로 "config reload"
SIGKILL9즉시 종료불가kill -9, Docker grace period 초과, OOM killer

핵심 차이는 마지막 칼럼인 핸들 가능 여부입니다. SIGKILL만 프로세스가 가로챌 수 없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봅니다.

SIGINT

SIGINT는 우리가 가장 자주 만나는 시그널입니다.

터미널에서 Ctrl+C를 누르면 현재 포그라운드 프로세스 그룹에 SIGINT가 날아갑니다. "사용자 인터럽트"의 약자로 interrupt에서 왔습니다.

프로세스는 이 시그널을 받으면 다음과 같이 동작합니다.

  • 기본적으로는 즉시 종료
  • 핸들러를 등록하면 정리 후 종료 가능 (열린 파일, DB 트랜잭션 롤백 등)
  • 완전히 무시할 수도 있음 (일부 REPL이 이렇게 동작)

Ctrl+C가 안 먹는 경우들

  • 자식 프로세스가 별도 세션으로 분리돼 있을 때 (setsid)
  • 프로세스가 I/O 블록 상태(디스크, 네트워크)라 인터럽트 후에도 시스템 콜 복귀가 늦을 때
  • 핸들러가 SIGINT를 잡아놓고 일부러 안 끝낼 때
  • TUI 앱(vim, tmux 등)이 터미널 raw 모드로 Ctrl+C를 키 입력으로 받아먹을 때

Ctrl+C가 안 먹히면 보통 SIGTERM을 쏴보는 게 다음 수순입니다. kill PID (기본값이 SIGTERM).

SIGTERM

SIGTERM은 정중한 종료 요청이며, 가장 중요한 시그널이자 현대 운영 환경의 기본 종료 경로입니다.

kill PID를 인자 없이 쓰면 기본이 SIGTERM입니다. docker stop CONTAINER는 컨테이너 PID 1에 SIGTERM을 전송하고, Kubernetes의 Pod 종료가 시작될 때도 각 컨테이너에 SIGTERM을 보냅니다. systemd가 unit을 멈출 때와 PM2, foreman, supervisor 등 프로세스 매니저가 stop할 때도 기본 시그널은 SIGTERM입니다.

SIGTERM은 "그만 종료해 주세요" 라는 의사 표현입니다. 프로세스가 이 시그널을 캐치할 수 있고, 원하는 시간 동안 정리할 수 있습니다.

Graceful shutdown 패턴 (Go 예제)

프로덕션 서버가 SIGTERM을 받았을 때 해야 할 일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신규 요청 수신을 중단
  2. 진행 중인 요청을 완료할 때까지 기다림
  3. DB 커넥션, 파일, 임시 자원 정리
  4. 종료

Go 1.16+에서 signal.NotifyContext를 쓰면 깔끔합니다.

package main

import (
"context"
"log"
"net/http"
"os/signal"
"syscall"
"time"
)

func main() {
ctx, stop := signal.NotifyContext(context.Background(),
syscall.SIGINT, syscall.SIGTERM)
defer stop()

srv := &http.Server{Addr: ":8080"}

go func() {
if err := srv.ListenAndServe(); err != http.ErrServerClosed {
log.Fatal(err)
}
}()

<-ctx.Done() // SIGINT/SIGTERM 대기

shutdownCtx, cancel := context.WithTimeout(context.Background(), 25*time.Second)
defer cancel()

if err := srv.Shutdown(shutdownCtx); err != nil {
log.Printf("shutdown error: %v", err)
}
log.Println("bye")
}

25초 타임아웃은 K8s 기본 grace period(30초)보다 살짝 짧게 잡는 것이 관행입니다. grace period 안에 정리를 끝내고 자진 종료하기 위해서입니다.

Node.js 예제

const server = app.listen(3000)

const shutdown = (signal) => async () => {
console.log(`${signal} 수신, 정리 중...`)
server.close(() => process.exit(0))
// 25초 지나도 종료 안 되면 강제
setTimeout(() => process.exit(1), 25_000).unref()
}

process.on('SIGTERM', shutdown('SIGTERM'))
process.on('SIGINT', shutdown('SIGINT'))

Python 예제

import signal, sys, time

def shutdown(signum, frame):
print(f"signal {signum} 수신, 정리 중...")
# cleanup code here
sys.exit(0)

signal.signal(signal.SIGTERM, shutdown)
signal.signal(signal.SIGINT, shutdown)

while True:
time.sleep(1)

SIGKILL

SIGKILL을 아껴 써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kill -9 PID는 개발자들의 오랜 습관입니다 — 하지만 프로세스에게 정리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 커널이 프로세스를 즉시 종료
  • 프로세스는 시그널을 캐치하거나 무시하거나 핸들러를 등록할 수 없다 (불가능)
  • DB 커넥션이 절반만 닫힌 상태로 방치, 파일이 잠금 해제되지 않은 채 남을 수 있음
  • 쓰기 중이던 데이터가 flush 안 된 상태로 증발

쓸 만한 때

  • SIGTERM을 보냈는데 충분히 기다린 뒤에도 안 죽음 (핸들러 무한 루프 등)
  • Docker grace period 초과 → Docker가 자동으로 SIGKILL 전송
  • K8s grace period 초과 → kubelet이 SIGKILL
  • OOM killer가 메모리 확보 위해 희생자로 선정

즉 순서는 항상 SIGTERM → 대기 → (안 되면) SIGKILL입니다. 처음부터 kill -9로 가는 것은 게으름이거나 데이터 손상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위입니다.

SIGHUP

SIGHUP은 의미가 뒤집힌 시그널입니다. 이름 그대로 "HangUp"에서 왔습니다. 1970년대 전화 연결이 끊기면 모뎀이 보내주던 신호입니다. 지금은 그 용도가 거의 사라졌지만 두 가지로 남아 있습니다.

의미 1: 터미널 세션 종료

SSH로 원격 서버에 접속해서 명령을 실행하고 접속을 끊으면, 그 자식 프로세스들에 SIGHUP이 갑니다. 기본 동작은 종료입니다.

그래서 이를 피하는 도구들이 생겼습니다. nohup은 SIGHUP 무시 플래그를 설정하고 실행하는 "no hup"이고, disown은 셸의 job 테이블에서 프로세스를 제거해 SIGHUP 전파를 끊습니다. setsid는 새 세션을 만들어 터미널과의 연결 자체를 분리합니다. tmux나 screen은 결이 조금 다른데, 세션을 원격 호스트의 상주 데몬이 잡고 있어 클라이언트 연결이 끊겨도 프로세스가 유지됩니다.

주의: nohup은 SIGHUP만 막습니다. SIGTERM, SIGKILL은 그대로 받습니다. 시스템 재부팅/종료 때도 보호하지 못합니다.

의미 2: 설정 리로드 관용

현대 데몬들은 SIGHUP을 "설정 다시 읽어라"라는 신호로 재해석해서 씁니다. 공식 표준은 아니지만 사실상 관례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nginx입니다. kill -HUP이나 nginx -s reload를 받으면 마스터가 새 설정으로 워커를 띄우고 기존 워커는 현재 연결이 끝나면 종료합니다. rsyslog/syslog-ng도 같은 방식으로 설정을 리로드하고, haproxy도 리로드용으로 씁니다(최근 버전은 seamless-reload를 따로 둡니다). postgres 역시 pg_reload_conf()kill -HUP postmaster로 설정을 다시 읽습니다.

HUP의 원래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용도인데, 이제는 이쪽이 더 유명합니다.

쿠버네티스의 Termination 시퀀스

K8s에서 Pod를 지우면 내부적으로 다음 순서로 돕니다.

  1. Pod의 status가 Terminating으로 변경
  2. 서비스의 endpoint에서 해당 Pod 제거 (신규 트래픽 차단)
  3. preStop hook 실행 (정의돼 있다면)
  4. 각 컨테이너의 PID 1에 SIGTERM 전송
  5. Termination grace period (기본 30초) 대기
  6. 그래도 살아 있으면 SIGKILL

여기서 3번 preStop과 4번 SIGTERM 사이의 순서가 중요합니다. 많은 이가 preStop이 먼저 실행되고 그 끝에 SIGTERM이 간다고 오해하는데, 실제로는 둘이 사실상 동시에 시작됩니다(preStop은 먼저 호출되지만 SIGTERM 전송을 막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preStop은 주로 "LB에서 빠질 시간을 벌기" 같은 용도로 사용합니다.

grace period 설정

spec:
terminationGracePeriodSeconds: 60
containers:
- name: app
# ...
lifecycle:
preStop:
exec:
command: ["sleep", "10"] # LB가 endpoint 제거를 반영할 시간

앱 내부의 graceful shutdown 타임아웃은 이 값보다 짧게 잡습니다.

흔한 함정들

Dockerfile의 shell form ENTRYPOINT

# 나쁜 예 — /bin/sh가 PID 1이 되어 SIGTERM을 흡수
CMD node server.js

# 좋은 예 — node가 직접 PID 1
CMD ["node", "server.js"]

shell form(문자열)은 sh -c로 감싸져 실행되는데, sh는 기본적으로 시그널을 자식에게 전파하지 않습니다. docker stop이 SIGTERM을 PID 1(sh)에 보내지만 실제 앱은 그것을 받지 못합니다. 결국 10초를 기다렸다가 SIGKILL로 박살납니다.

긴 preStop을 graceful shutdown 대체용으로 쓰지 말 것

preStop: sleep 60 같은 것으로 "종료 시간을 버는" 것은 꼼수에 가깝습니다. 앱이 실제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종료를 늦출 뿐입니다. 제대로 된 해법은 앱에 SIGTERM 핸들러를 두는 것입니다.

Python의 KeyboardInterrupt는 SIGINT만

try/except KeyboardInterrupt는 SIGINT만 잡습니다. SIGTERM은 안 잡힙니다. 컨테이너에서 돌리는 Python이면 반드시 signal.signal(signal.SIGTERM, ...)을 등록해야 합니다.

Node.js에서 동기 블로킹 작업

이벤트 루프를 오래 점유하는 동기 작업(큰 파일 sync read, 무거운 crypto 연산 등)은 process.on('SIGTERM', ...) 핸들러조차 실행하지 못합니다. Node 프로세스가 시그널을 처리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graceful shutdown이 의미 있으려면 이벤트 루프를 풀어주는 코드여야 합니다.

nohup 과신

nohup long_task.sh &로 돌려놓았다고 "이제 안전하다"라고 여기기 쉽지만, SIGHUP만 막습니다. reboot나 SIGTERM 앞에서는 무력합니다. 장기 작업은 systemd 유닛이나 tmux 세션 쪽이 더 안전합니다.

한 줄로

"SIGTERM을 잡을 줄 아는 코드"와 "SIGTERM을 쏠 줄 아는 운영자"가 만나면 SIGKILL이 필요 없는 날이 많아져요.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시대에 이 오래된 주제가 다시 중요해진 이유는 결국 이것이에요.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