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업을 시켰는데 어떤 날은 사용량이 순식간에 닳고 어떤 날은 널널했던 경험, 있으실 거예요. 저도 한도에 일찍 닿은 날마다 모델 탓을 했는데, Anthropic이 8월 14일에 낸 공식 가이드를 읽고 나니 범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프롬프트 캐시를 깨는 습관입니다.

요금의 실체는 캐시 히트율

Claude Code는 매 턴마다 지금까지의 대화 전체를 모델에 보냅니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매 요청의 입력이 커지는 구조인데, 이게 감당되는 이유가 프롬프트 캐시입니다. 직전 요청과 같은 prefix는 캐시에서 읽고, 캐시 읽기 요금은 정상 입력 가격의 0.1배입니다. 반대로 캐시에 새로 쓰는 비용은 최대 2배입니다.

즉 20배짜리 요금 격차가 대화 내내 작동합니다. 캐시가 살아 있으면 긴 대화도 턴당 비용이 낮게 유지되고, 캐시가 깨지면 대화 전체를 정상 가격으로 다시 보내며 다시 캐시 쓰기 할증까지 뭅니다. Claude Code의 캐시 유효 시간은 1시간입니다(API 직접 호출 기본은 5분).

캐시를 깨는 행동들

가이드가 지목하는 캐시 무효화 요인은 네 가지입니다.

행동왜 캐시가 깨지나
/model 변경모델마다 캐시가 따로 있다
/effort 조정추론 강도가 캐시 키의 일부다
fast mode 전환요청 키가 바뀐다
1시간 이상 방치캐시 만료

여기서 실무 결론이 나옵니다. 모델과 effort는 세션 시작 시점이나 /clear 직후에 정하고, 대화 중간에는 건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긴 대화 한가운데서 /model을 바꾸면 그 시점까지의 대화 전체가 새 모델 기준으로 재처리되고 재캐싱됩니다. “이 질문만 가볍게 다른 모델로” 하려던 절약이 실제로는 가장 비싼 행동이 되는 역설입니다.

한 시간 자리를 비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돌아와서 이어 쓰면 만료된 캐시를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가이드는 장시간 중단 전에 /compact를 실행하라고 권합니다. 캐시가 아직 유효할 때 요약해 두는 쪽이 싸기 때문입니다.

문맥 관리 명령 셋의 역할 분담

/clear, /compact, /rewind가 비슷해 보여도 캐시 관점에서 역할이 다릅니다.

  • /clear: 새 작업을 시작할 때. 이전 작업의 문맥은 다음 작업에서 전부 “돈 내고 실어 나르는 짐"이 되므로, 작업 사이에는 비우고 시작합니다
  • /compact: 문맥은 이어가야 하는데 대화가 너무 길어졌거나, 장시간 자리를 비우기 직전에
  • /rewind: 마지막 몇 턴만 무르고 싶을 때. 캐시를 무효화하지 않는 것이 장점입니다

저처럼 한 세션에서 이 일 저 일 이어 하던 사람에게는 /clear가 제일 아픈 항목입니다. “혹시 아까 맥락이 필요할지 몰라서” 남겨 둔 문맥이 매 턴 입력 토큰으로 청구되고 있었으니까요.

입력을 줄이는 잔기술

캐시 다음으로 효과가 큰 항목은 문맥에 들어오는 양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파일은 @멘션으로 첨부합니다. src/main.py 읽어 봐라고 쓰면 모델이 Read 도구를 호출하는 왕복이 생기는데, @src/main.py로 멘션하면 파일이 첫 요청에 바로 첨부됩니다. 도구 호출 한 번과 그 결과 처리가 통째로 절약됩니다.

시끄러운 명령 출력은 서브에이전트로 격리합니다. 30,000자를 넘는 명령 출력은 자동으로 파일로 저장되고 미리보기만 문맥에 남습니다만, 그 미만의 장황한 출력(테스트 로그, 빌드 로그)은 고스란히 문맥을 차지합니다. 로그를 뒤져야 하는 작업은 독립 문맥에서 도는 서브에이전트에 맡기면 메인 세션이 가벼워집니다.

자주 쓰는 명령은 CLAUDE.md에 조용한 플래그와 함께 적어 둡니다. 예를 들어 테스트를 verbose로 돌리는 습관이 있다면, CLAUDE.md에 quiet 플래그가 붙은 명령을 기록해 모델이 처음부터 조용한 버전을 실행하게 하는 식입니다.

가이드가 제시한 우선순위는 이렇습니다. 불필요한 파일 읽기 방지, 긴 세션 분할, 모델/effort 고정, 명령 출력 최소화 순입니다.

이 가이드가 나온 맥락

읽다 보면 이 가이드는 절약 팁 모음이라기보다 과금 구조 설명서에 가깝습니다. 에이전트형 코딩 도구의 비용은 “몇 마디 나눴나"가 아니라 “문맥 몇 토큰을 몇 번 실어 날랐나"로 결정되는데, 사용자 대부분은 전자로 체감합니다. 그 간극에서 “왜 벌써 한도냐"는 불만이 나오고, 이 문서는 거기에 대한 공식 답변으로 보입니다.

도구 쪽 기본값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릴리스에서 서브에이전트 포크가 캐시를 상속하게 된 것도, 포크할 때마다 문맥을 다시 캐싱하는 비용을 없애는 변경입니다. 캐시를 아끼는 방향으로 도구가 정렬되고 있으니, 사용자 습관만 따라가면 됩니다.

오늘부터 바꿀 것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작업 끝나면 /clear"를 고르겠어요. 제일 쉽고, 제일 큽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