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를 처음 만난 날
Arc를 처음 켰을 때의 인상은 지금도 또렷해요. 새 탭 페이지는 없고 URL바는 화면 한복판이 아니라 옆에 붙어 있었으며, Cmd+T를 누르면 빈 새 탭 대신 “다음에 뭐 할 거야?“라고 묻는 듯한 Command Bar가 떴어요. 5분도 안 돼 “아, 이게 2020년대 브라우저구나” 싶었고, 그날부터 메인 브라우저가 됐어요.
좋아한 부분을 꼽자면 끝이 없었습니다.
Sidebar는 Cmd+S 한 번이면 접히고 콘텐츠가 화면 전체를 덮습니다. 단순한 토글이 아니라 “작업 모드 자체가 전환되는 감각"이었습니다. 글을 읽을 때는 접고 작업할 때는 펴면서, 키 한 번으로 흐름을 바꿉니다.
Spaces는 회사,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를 색깔과 아이콘으로 분리합니다. 컨텍스트 스위칭이 “탭 닫고 새로 열기"보다 한 단계 위로 올라갔고, Space마다 북마크, 핀, 테마가 따로 존재합니다. Command Bar에는 Cmd+T 한 키로 북마크 점프, URL 입력, 탭 검색, 새 탭 생성이 모두 모입니다. 키보드만으로 거의 모든 이동이 가능해서 어느 순간부터 마우스로 탭을 클릭하지 않게 됐습니다.
Pinned Tabs / Today Tabs에서는 자주 가는 사이트를 사이드바 위쪽에 고정하고, 일회성 탭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지게 합니다. “탭 정리"라는 행위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한 번 익숙해지면 다른 브라우저의 탭 50개 무덤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Boost는 사이트 CSS와 JS를 직접 오버라이드합니다. 광고 영역을 가리고 폰트를 바꾸거나, 거슬리는 섹션을 통째로 숨기기도 합니다. Twitter의 “For You” 탭을 display: none으로 지우고 썼습니다. Little Arc는 외부 앱에서 클릭한 링크를 작은 팝업 윈도우로 엽니다. 메인 브라우저의 흐름을 깨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닫히므로, Slack에서 링크 하나를 확인하려고 메인 창에 탭을 쌓는 일이 사라집니다.
쓸수록 “브라우저는 그냥 탭 컨테이너 아니냐"는 통념이 깨졌습니다. Arc는 브라우저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작업 공간 그 자체로 다시 정의한 첫 제품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메인으로 썼습니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Chrome으로
문제는 한국에서 매일 쓰기에 가끔 까다로웠다는 점입니다. 디자인이 살짝 깨지는 페이지와 결제창이 제대로 안 뜨는 사이트가 종종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뭐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작년 가을 춘천마라톤 등록일에 결제가 안 돼서 선착순 마감을 놓쳤습니다. 그날 이후 호환성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섰고, 메인을 Chrome으로 옮겼습니다.
Chrome으로 넘어와서 가장 그리웠던 건 결국 세로탭이었습니다. Sidebar 토글의 흐름, 컨텍스트가 바뀌는 감각, 좌측에 정렬된 깔끔한 탭 목록 — 여기에 익숙해지면 가로 탭으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어색한 1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2026년 4월, Chrome 146 stable에 세로탭(vertical tabs)이 정식으로 추가됐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Arc의 흐름을 Chrome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이왕 둘러보는 김에 시중의 다른 브라우저도 한꺼번에 설치해 비교했습니다. 이 글은 그 탐험기입니다.
Chrome의 세로탭
Chrome 146은 우클릭 메뉴에 “Show Tabs Vertically”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한 번 켜면 다음에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활성화 자체는 간단합니다.
문제는 이게 전부라는 점입니다.
- 토글 단축키가 없어 세로탭을 잠깐 접고 가로로 돌리는 흐름이 없습니다
- 사이드바 너비 조절이 거칩니다
- 그룹 탭과 세로탭 UI가 어딘가 어색하게 섞입니다
- Arc의 “공간이 바뀌는 감각” 없이 탭 영역만 옆으로 옮겨갑니다
비교 대상은 분명합니다. Edge는 Cmd+Shift+, 한 번으로 세로/가로 탭을 토글합니다(Windows에서는 Ctrl+Shift+,). 2021년부터 그랬습니다. Chrome이 5년 늦게 따라잡으면서도 단축키를 넣지 않은 건 의도적이라고밖에 보기 어렵습니다.
추측건대 Chrome은 “세로탭 사용자 = 소수 파워유저"라는 데이터를 갖고 있을 것입니다. 우클릭 메뉴에만 둔 건 일반 사용자에게 노출하지 않겠다는 결정으로 보입니다. 합리적이긴 하지만, Arc의 사용성을 기대하고 켠 사람에게는 첫인상부터 부족합니다.
이게 끝이라면 다른 브라우저를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둘러본 브라우저들
세로탭이 정식 기능으로 있고, 토글 단축키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리해봤습니다.
| 브라우저 | 세로탭 | 토글 단축키 | 한 줄 평 |
|---|---|---|---|
| Edge | 정식 | Cmd+Shift+, (Mac) / Ctrl+Shift+, (Win) | 가장 현실적인 1순위 |
| Vivaldi | 정식 | 무한 커스텀 | 파워유저 끝판왕, 학습곡선 가파름 |
| Zen | 강제 | 매핑 가능 | Firefox 포크. Arc UX 정신적 후계 |
| Arc | 기본 | Cmd+S | 신규 기능 없음, 사실상 EOL |
| Dia | 기본 | Arc 후속 유사 | macOS Apple Silicon 전용 |
| Chrome | 지원 (146~) | 없음 | 단축키 부재, UX 미성숙 |
| Firefox | 정식 | F1 사이드바 | 의외로 견고한 후보 |
| Safari | 사이드바만 | — | 완전한 세로탭은 아님 |
각각 며칠씩 써보고 느낀 점을 짧게 정리합니다.
Edge
단축키의 유무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듭니다.
Microsoft 브라우저라 윈도우 전용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macOS 버전도 정식으로 있습니다. Apple Silicon 네이티브 빌드까지 지원해서 M1 이상에선 매우 가볍게 돌아갑니다.
Chromium 기반이라 Chrome 확장을 그대로 쓸 수 있고 동기화도 매끄럽습니다. Cmd+Shift+,로 세로/가로를 토글하며(Windows는 Ctrl+Shift+,), 이 차이가 꽤 큽니다. 회의 중 화면을 공유할 때는 가로로, 평소 작업할 때는 세로로 바꿔도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거슬리는 건 Microsoft 자체 PR입니다. 첫 실행할 때마다 Bing/Copilot/Reading list 같은 걸 꽂으려 듭니다. 한 번 정리해두면 그 뒤론 조용해집니다. 세로탭을 진지하게 쓰고 싶다면 Mac/Win 가리지 않고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
Vivaldi
무엇이든 되지만 그만큼 직접 설정해야 합니다.
세로탭은 기본이며 탭 타일링(여러 탭을 한 화면에 분할), 세션 저장, 마우스 제스처, 이메일, 캘린더, RSS 내장까지 갖췄습니다. 모든 명령에 단축키를 매핑할 수도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첫 실행 후 30분 동안 설정만 하게 됩니다.
파워유저용 도구가 맞고, 거기서 본인이 원하는 워크플로우가 명확하다면 최고의 선택입니다. 다만 “그냥 좋은 디폴트가 있는 브라우저"를 원하는 사람과는 안 맞습니다.
Zen
Arc UX가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새 집 같은 브라우저입니다.
Firefox 148 기반 포크입니다. 세로탭이 기본이고 가로탭은 아예 만들지 않습니다. Arc의 Spaces에 해당하는 워크스페이스, 화면 분할 타일링(최대 4개), 탭 폴더, Glance 미리보기, Zen Mods를 통한 사이트 커스텀까지 갖췄습니다. Arc UX의 향수를 가장 진지하게 계승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오픈소스이고 무료이며 텔레메트리를 최소화합니다. 2026년 4월 기준 1.19.x 베타지만 일상에서 쓰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단점은 Firefox 기반이라 Chrome 확장을 쓰지 못하고, 한국 사이트 호환성도 결국 Chrome보다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 Arc에서 겪었던 패턴이 어느 정도 반복됩니다.
그래도 “무료 Arc 대안"으로는 단연 가장 흥미로운 후보입니다.
Brave
빠르고 가볍지만 세로탭은 평범합니다.
광고/트래커 차단을 엔진 레벨에서 처리해서 체감 속도가 빠릅니다. 메모리 사용량이 Chrome 대비 60% 이상 적다는 벤치마크가 여러 곳에서 나옵니다. 세로탭도 정식 지원이지만 사용성 자체는 평범합니다. 프라이버시/속도가 1순위이고 세로탭은 보너스 정도라면 좋은 선택입니다.
Firefox
의외로 가장 견고했습니다.
Firefox 138 즈음부터 사이드바와 함께 세로탭이 정식 기능으로 들어왔습니다. 안정성과 표준 준수라는 측면에서 가장 견고합니다. 진짜로 독립된 엔진(Gecko)을 쓰는 유일한 메이저 브라우저라는 가치도 다시 보입니다.
세로탭 UX 자체는 Edge보다 살짝 투박하지만, 추적 방지, 확장 생태계, 메모리 효율의 균형은 여전히 좋습니다. 며칠 써본 후보 가운데 가장 의외였습니다.
Safari
사이드바는 있지만 본격적인 세로탭은 아닙니다.
탭 그룹과 사이드바는 좋지만, 사이드바를 켜도 진정한 세로탭이라기보다는 “탭 그룹 네비게이션"에 가깝습니다. macOS와의 통합(Handoff, iCloud 키체인, 배터리 효율)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세로탭 자체를 우선순위로 본다면 Safari는 답이 아닙니다.
AI 브라우저
같은 시기에 등장했지만 다른 질문에 답하는 브라우저입니다.
세로탭 이슈와 별개로, 2025년 말부터 2026년 사이에 AI 네이티브 브라우저 라는 새 카테고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같이 둘러본 김에 짧게 정리합니다.
| 브라우저 | 만든 곳 | 플랫폼 | 핵심 |
|---|---|---|---|
| Dia | The Browser Company (Arc 팀) | macOS Apple Silicon 전용 | URL바가 AI 어시스턴트, 무료 + Pro $20/월 |
| Comet | Perplexity | Win/Mac/iOS/Android | 컨텍스트 인식 어시스턴트, MAU 10M (2025 Q3) |
| ChatGPT Atlas | OpenAI | macOS Apple Silicon 전용 | Agent Mode로 멀티탭 자동화, $20~$200/월 |
흥미롭지만 이들은 “세로탭의 답"과는 다른 질문을 다룹니다. 검색, 리서치, 반복 작업의 자동화를 풀어주는 도구이며, Arc의 “작업 공간으로서의 브라우저” 감각을 채워주는 도구는 아닙니다. Dia가 Arc 팀의 후속이라 가장 가까울 법하지만, 이쪽은 의도적으로 더 보수적이고 채팅 인터페이스 중심입니다.
윈도우 환경에서 AI 브라우저를 진지하게 쓰고 싶다면 현재로서는 Comet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macOS라면 Dia를 무료로 시작해보는 게 부담 없습니다.
시장 지형, 한 문단
Statcounter 기준 2026년 글로벌 점유율은 Chrome 71%, Safari 14.7%, Edge 4.6%, Firefox 2.2% 정도입니다. 한국 데스크탑은 Chrome이 72%로 더 압도적입니다. 성능 벤치마크(JetStream 3, Speedometer 3.1)에서는 Chrome이 처음으로 Safari와 공동 1위에 올라왔고, 에너지 효율은 Edge가 1위입니다. 점유율이든 속도든 적어도 데이터상으로는 Chrome을 쓰지 않을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사용성의 아쉬움이 도드라집니다.
결론
아직 Arc의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며칠씩 돌려가며 써보고 정리한 결론은 단순합니다. 현실적인 1순위는 Edge입니다. 단축키와 호환성을 갖췄고 Chrome 확장을 그대로 쓸 수 있어 Windows 환경이라면 거의 무난합니다. 호기심으로 고른 1순위는 Zen입니다. Arc UX의 정신적 후계로서 베타지만 매일 발전 중이고, 무료 오픈소스라는 가치가 큽니다. Chrome의 세로탭은 시작점일 뿐 아직 완성품은 아닙니다. 구글이 단축키를 넣고 사이드바 UX를 다듬어줄 때까지는 차선책에 머뭅니다.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결제와 본인인증, 회사 사내 시스템 같은 결정적인 순간엔 결국 Chrome이 가장 안전합니다. 춘마 같은 사건은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일상 작업은 Edge나 Zen으로 옮겨도, Chrome 한 자리는 여전히 비워두게 됩니다.
Arc가 만들어준 그 감각 — “브라우저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작업 공간 그 자체"라는 감각을 다시 만날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고 믿습니다. 다만 그게 Chrome 146의 세로탭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올해 춘천은 Chrome으로 등록할 거예요. 하지만 일상의 브라우저는 아직 찾는 중이에요.
참고
- Get more done with new vertical tabs and immersive reading mode in Chrome: Google Blog
- Arc Browser Discontinued, New Browser Dia comes as a replacement: gHacks
- Zen Browser FAQ: 공식 문서
- Browser Market Share Worldwide: Statcounter
- JetStream 3: A modern benchmark for high-performance web applications: Chromium Blog
- Perplexity Comet review: Cybe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