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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링크와 알잘딱깔센은 친척이다 — 우리는 왜 줄여 쓰는가

어제 누가 물었다. “심링크가 뭐예요?” 옆에서 누가 답했다. “symbolic link 줄임말이에요.” 질문자가 잠시 멈춘다. “아, 그래서 ln -ss 그 symbolic 을 말하는거군요. 근데 외국애들도 줄여쓰는군요 ?”

13글자가 7글자가 됐다. 그게 이상한가? 우리는 매일 그러고 산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점심메뉴추천을 점메추라고 부르고, 별걸 다 줄인다는 말을 별다줄이라고 줄여 쓴다. 이 글은 그 본능에 대한 짧은 메모다. 사실 나는 회사 후배들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배우는 편이다.


유닉스가 짧게 쓰기 시작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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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 cp, mv, rm, ln, cd. 유닉스 명령어가 이렇게 짧은 이유는 1970년대엔 짧은 게 곧 비용이었기 때문이다. 텔레타이프 단말기는 글자 하나마다 물리적으로 키를 눌러야 했고, 300 baud 모뎀 시대엔 글자 하나가 회선을 따라 굼뜨게 흘러갔다. 디스크도 비쌌다. “list"보다 ls가 미덕이었던 시대다.

지금은 어떨까. 키보드는 가볍고 회선은 빠르다. 타이핑 비용은 거의 0이다. 그런데 줄임말은 사라지긴커녕 더 늘어났다. repository는 repo, configuration은 config, directory는 dir, environment는 env, application은 app. 더 짧아져만 간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주 쓰는 단어일수록 짧아진다. 언어학자 Zipf가 1940년대에 정리한 규칙인데, 사용 빈도 상위로 올라갈수록 음절이 깎여나간다. “automobile"이 “car"가 되고, “telephone"이 “phone"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개발자에게 repository는 너무 자주 등장하는 단어라 결국 repo가 됐다. 효율이 비용을 정의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줄임말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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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본능은 한국어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외래어가 들어오면 거의 자동으로 줄여진다.

스타벅스는 스벅, 베스킨라빈스는 베라, 맥도날드는 맥날, 김밥·떡볶이·순대 세트는 김떡순. 두 단어를 합치는 혼성어도 활발하다. work-life balance가 워라밸로 들어왔고, 혼자 밥은 혼밥, 혼자 술은 혼술, 모디파이어 + 컨슈머는 모디슈머가 됐다. 첫 글자만 따는 패턴도 자연스럽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인싸/아싸(인사이더·아웃사이더의 한국식 절단형).

한국 IT에서만 통하는 콩글리시에서 살펴봤던 “리얼”, “오픈”, “커밋 때리다” 같은 표현도 사실 이 흐름의 한 갈래다. 영어 어휘를 빌려 와서 음절을 깎고, 한국어 문법에 녹여 넣는다. 줄임말은 한국어 사용자의 기본 동작에 가깝다.


그런데 요즘은 더 짧아졌다 — 알 수 없는 신조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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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줄임말이 어느 시점부터 세대를 가르는 장벽이 됐다는 점이다. 회사 톡방에서 신입이 던진 한 줄을 부장이 못 알아듣는 순간, 모두가 어색해진다. (근데 사실 알아들어도 어색해한다. 나만 흥미로울뿐이다.)

줄임말원형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군싹군침이 싹 도노
갑통알갑자기 통장 보니 알바해야겠다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
좋댓구알좋아요·댓글·구독·알림설정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
만반잘부만나서 반갑고 잘 부탁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특히 “별다줄"은 의미가 재미있다. 별걸 다 줄인다는 푸념을 다시 줄여서 별다줄이라고 한다. 자기 지시적인, 메타 줄임말이다. 더 줄일 게 없을 것 같은데도 줄이는 본능을 스스로 풍자하고 있다.

이 표를 처음 보는 어른이 흔히 보이는 반응이 있다. “왜 이렇게까지 줄이지?”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음절수가 5글자 안팎이다. 스벅이나 워라밸과 비슷하다. 단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노출 빈도가 다를 뿐이다. 매일 카톡과 짧은 영상에서 보면 익숙해지고, 안 보면 영원히 모른다. Zipf의 법칙은 사회 전체가 아니라 화자 단위로 작동한다.


줄임말이 만들어지는 4가지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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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든 한국어든, IT든 일상이든, 줄임말은 같은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다.

패턴영어/IT 예한국어 예
혼성어 (portmanteau)symlink, modem(modulator+demodulator), smog(smoke+fog), pixel워라밸, 모디슈머, 혼밥, 김떡순
두문자어 (initialism)TLDR, ASAP, JMT, FYI, CWD, WIP자만추, 별다줄, 만반잘부, 좋댓구알
음절 절단 (clipping)repo, config, dir, app, sudo스벅, 베라, 맥날, 알바
메타·자기지시“TLDR이 길다"는 농담별다줄(별걸 다 줄인다를 줄임)

같은 칸에 IT 줄임말과 한국어 신조어가 나란히 떨어진다. 발음 체계가 달라도 압축 본능은 똑같다. 알잘딱깔센은 자만추의 친척이고, 자만추는 JMT의 친척이고, JMT는 sudo의 친척이고, sudo는 결국 심링크의 친척이다.


공식과 일상은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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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줄임말이 정식 표현을 밀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은 평행하게 공존한다.

man page와 POSIX 표준은 여전히 “symbolic link"라고 적는다. 개발자끼리의 채팅창에서는 누가 봐도 symlink다. 9시 뉴스 앵커는 “스타벅스 코리아"라고 또렷이 발음하고, 친구끼리는 “스벅에서 봐"라고 한다. 회사 공식 문서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워크-라이프 밸런스 정책"이라 적혀 있고, 동료끼리는 “워라밸 챙기자"라고 한다.

언어학에선 이걸 레지스터(register)라고 부른다. 같은 의미를 두고 격식과 친밀도에 따라 다른 표현을 골라 쓰는 것. 줄임말은 정확성을 잃은 표현이 아니라, 친밀함이라는 다른 차원이 추가된 표현이다. 어느 한쪽이 이기는 게 아니라 둘 다 살아남는다.


가끔은 어원이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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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줄임말이 너무 굳어서 원형이 통째로 잊히기도 한다. 이메일을 매일 쓰는 사람이라도 CC와 BCC가 정확히 무엇의 줄임말인지 답하기는 쉽지 않다.

CC는 carbon copy의 줄임말이다. 1960년대까지 사무실에서 같은 문서를 여러 부 만들 때 종이 사이에 먹지(carbon paper)를 끼우고 타자기로 한 번에 찍었다. 받는 사람 아래에 적힌 “CC: 김부장"은 “이 먹지 복사본도 김부장한테 갔다"는 표시였다. BCC는 blind carbon copy, 받는 사람 모르게 먹지를 한 장 더 끼운 셈이다. 이메일이 종이 시대 동작을 그대로 옮겨오면서 이름까지 따라왔고, 카본지를 본 적 없는 세대가 매일 그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런 줄임말은 약자라는 사실 자체가 흐려진다. symlink는 누가 봐도 줄어든 형태가 보이지만, CC는 그냥 CC다. 어원을 알아도 일상에서 쓰이는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효율이 너무 잘 작동해서, 원형이 떨어져 나간 뒤에도 단어만 혼자 살아남은 셈이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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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국 신조어를 보고 “한국어가 너무 망가진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영어권을 보면 그 말이 머쓱해진다.

채팅창의 lol, brb, idk, tldr, ngl, fwiw, irl, omw 같은 두문자어는 매년 옥스퍼드 사전이 정식 표제어로 추가하고 있다. portmanteau라는 단어 자체가 영어에 있는 것도 그쪽에서 단어를 합쳐 줄이는 일이 워낙 잦았기 때문이다. brunch(breakfast+lunch), motel(motor+hotel), bromance(bro+romance) 같은 말은 사전에 안착한 지 오래다.

일본어도 못지않다. アルバイト는 バイト가 됐고(독일어 Arbeit가 두 단계 짧아졌다), personal computer는 パソコン이 됐다. KY는 空気を読めない(분위기 못 읽음)의 두문자다. 한자, 가나, 알파벳을 모두 동원해서 줄인다.

그러니까 별다줄은 인류 보편 현상이다. 한국어가 자음·모음 자모 결합형이라 음절 단위로 잘라 붙이기 좋고, 사회가 빠르고 모바일 위주라 더 활발하게 작동할 뿐이다. 본능은 어디나 같다.


심링크와 알잘딱깔센은 같은 본능에서 나왔다. 줄임말은 게으름이 아니라 효율이다. 그리고 효율은, 자주 쓰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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